중국 청각장애인 크리에이터가 보여준 번역의 새로운 패러다임
초록
본 연구는 중국 청각장애인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13명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영상에서 수행하는 복합적인 번역 작업을 분석한다. 제작자들은 수화, 구어, 자막, 이미지 등을 결합해 다언어·다문화·정치적 맥락을 동시에 고려하며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실천을 ‘(전)언어화(translanguaging)’ 개념으로 재구성하고, 향후 수화 번역 시스템이 단순한 언어 변환을 넘어 다중소통 방식을 지원하도록 설계돼야 함을 제안한다.
상세 분석
이 논문은 인간 중심 HCI와 접근성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첫째, 연구자는 정성적 인터뷰를 통해 13명의 중국 청각장애인 콘텐츠 제작자를 심층 탐색했으며, 표본 선정 기준(활동 빈도, 청중 다양성 등)과 인터뷰 프로토콜이 투명하게 제시돼 재현성을 확보한다. 둘째, 분석 결과는 번역 작업이 언어적 변환을 넘어 ‘다언어·다문화·정치적’ 차원을 포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작자들은 수화를 중국어(표준어)와 영어, 지역 방언, 그리고 시각적 요소(이미지·자막)와 결합해 영상 내에서 복합적인 의미망을 구축한다. 이는 기존의 ‘수화 → 텍스트’ 혹은 ‘텍스트 → 수화’ 일방향 모델이 포착하지 못하는 ‘다중 모달·다중 레이어’ 구조를 드러낸다.
세 번째로, 논문은 이러한 실천을 ‘(전)언어화(translanguaging)’라는 사회언어학적 프레임으로 재해석한다. 전통적인 번역 이론이 전제하는 소스·타깃 언어의 구분을 해체하고, 수화와 구어·문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언어 행위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이는 특히 중국처럼 표준 수화가 부재하고 지역 변이와 문화적 차이가 큰 환경에서 의미 전달의 복잡성을 설명한다.
네 번째로, 정치적 측면도 심도 있게 다룬다. 제작자들은 콘텐츠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와 비청각인 청중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하면서, 동시에 ‘번역된 청각인’이라는 정체성 강요와 데이터 수집·모델 학습 과정에서의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유지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AI 기반 수화 번역 시스템이 데이터셋 구축 단계에서 청각장애인 참여를 최소화하는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설계적 시사점으로는 (1) 다중 모달 입력(수화 영상, 음성, 텍스트, 이미지)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크 모델 설계, (2) 번역 결과를 ‘글자·단어’ 수준이 아닌 ‘의미·맥락·비언어적 표지’를 포함한 풍부한 표현으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 (3)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와 공동으로 데이터 라벨링·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해 문화·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하는 참여형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제안한다. 전체적으로 이 논문은 수화 번역 기술이 단순 변환을 넘어 ‘문화·정치·사회적 의미를 공동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댓글 및 학술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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