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과 선택모델로 보는 건물 탈출 경로 결정 요인 분석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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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몰입형 가상현실(VR) 실험과 이산 선택모델을 결합해 화재 상황에서 건물 이용자들이 출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친숙성, 혼잡도, 거리, 연기 가시성 네 가지 속성의 상대적 영향을 정량화하였다. 실험 결과는 어느 한 속성이 절대적으로 지배하지 않으며, 참가자들이 상황에 따라 다중 속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반복 시나리오에서 속성 선호도가 변하는 동적 특성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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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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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기존 화재 안전 연구가 주로 물리적 경로 최적화나 인구 이동 시뮬레이션에 집중한 반면, 인간의 인지·심리적 선택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실험 설계는 네 가지 핵심 속성을 독립적으로 변형시켜 가상 환경에서 참가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실제 건물 내 복합적인 위험 요인을 재현한다. 특히 ‘친숙성’은 사전 학습된 평면도와 출구 위치에 대한 사전 경험을, ‘혼잡도’는 다른 가상 인물들의 밀집 정도를, ‘거리’는 현재 위치와 출구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연기 가시성’은 시뮬레이션된 연기 농도에 따른 시야 제한을 의미한다.
이산 선택모델(다항 로짓) 적용을 통해 각 속성의 베타값과 마진 효과를 추정했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친숙하지 않은 출구와 연기가 짙은 출구는 선택 확률을 유의하게 낮추지만, 이 두 요인만으로 선택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거리와 혼잡도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보정 효과가 나타나는 등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특히 반복된 시나리오에서 초기에는 거리와 혼잡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으나, 경험이 누적될수록 연기 가시성에 대한 민감도가 상승하는 동적 변화가 포착되었다. 이는 피험자들이 초기에는 직관적·물리적 요인에 의존하지만, 반복 경험을 통해 위험 인지(연기)와 같은 심리적 요인을 재평가한다는 행동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사후 설문을 통해 VR 현실감, 몰입도, 공포·불안 수준을 정량화했으며, 높은 현실감과 감정적 몰입이 선택 행동에 미치는 조절 효과를 탐색했다. 결과는 현실감이 높은 경우 선택이 보다 일관되게 위험 요인을 반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연구의 의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강조된다. 첫째, 실험 기반의 선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산 선택모델이 건물 설계 단계에서 출구 배치·표지·유도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직접 활용될 수 있다. 둘째, VR 실험이 실제 화재 상황에서 인간 행동을 재현하고, 반복 시나리오를 통해 학습·적응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임을 입증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인구 특성(연령·성별·훈련 여부)이나 사회적 영향(동료 행동) 등을 추가 변수로 포함해 모델의 일반화 가능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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