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주의 정책 전략의 전환

케인즈주의 정책 전략의 전환

초록

본 논문은 라카토스의 연구프로그램 개념을 적용해 케인즈주의의 핵심 이론과 정책 전략을 구분한다. 시장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핵심(core)’은 변하지 않으며, 재정·통화 정책을 포함한 ‘보호벨트’는 현실 변화와 과학적 진보에 따라 진화한다. 특히, 통화주의의 영향으로 재정 중심에서 통화 중심으로 전략이 이동했으며, 대공황 이후 통합된 정책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논증한다.

상세 분석

라카토스가 제시한 ‘연구 프로그램’은 ‘핵심(core)’과 ‘보호벨트(protective belt)’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이 틀을 케인즈주의에 적용하면, 핵심은 “시장 경제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세계관과 가치판단으로 정의된다. 이 핵심은 경험적 반증이 어려운 형이상학적 전제이기에 ‘불가증명성’(unfalsifiable) 특성을 지니며, 따라서 이론적 붕괴 없이 지속된다. 반면 보호벨트는 “재정 정책이 경기 변동을 완화한다”는 초기 가정에서 시작해, “통화 정책이 금리와 유동성을 조절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안정화 수단이 된다”는 주장으로 점진적으로 변모한다.

첫 번째 전환 단계는 1960~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나타난다. 당시 전통적 재정 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지 못했고, 이는 통화주의자들의 비판을 촉발했다. 라카토스적 관점에서 이는 보호벨트의 ‘보조 가설’이 실증적 압력에 의해 수정된 사례다. 학자들은 금리 정책과 통화 공급 조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동시에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통화 주도형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모델을 제시했다.

두 번째 전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대공황) 이후에 가속화된다. 금융시장의 복잡성 증대와 전통적 재정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양적 완화, 전방위 유동성 제공)이 핵심 도구로 부상한다. 이 과정에서 재정 정책은 ‘재정·통화 협조(Fiscal‑Monetary Coordination)’라는 새로운 보호벨트 하위 가설로 재배치된다. 즉, 재정은 구조적 개혁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통화는 전반적 유동성 공급과 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 사이클을 조정한다.

라카토스적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보호벨트의 변형은 ‘진보적 연구 프로그램’의 전형이다. 핵심은 변함없이 유지되면서도, 보호벨트는 새로운 경험적 데이터와 이론적 통찰에 맞추어 재구성된다. 따라서 케인즈주의는 ‘패러다임 전환’이 아니라 ‘전략적 진화’를 겪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또한 정책 프로그램의 가치판단—‘사회적 안정과 고용 보장’—이 핵심과 보호벨트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함을 강조한다. 가치판단은 과학적 검증 대상이 아니지만, 정책 선택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보호벨트의 수정 방향을 규정한다. 따라서 라카토스적 프레임워크는 케인즈주의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정책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