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b 로봇에 대한 기능·사회적 수용도와 신뢰

iCub 로봇에 대한 기능·사회적 수용도와 신뢰

초록

본 연구는 56명의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iCub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능적·사회적 수용을 신뢰(conformation) 지표로 측정하였다. 참가자는 무게 판단과 같은 기능적 과제와 상황에 맞는 물건 선택과 같은 사회적 과제에서 로봇의 답변에 얼마나 따르는지를 평가했다. 결과는 기능적 과제에서 더 높은 순응도를 보였으며, 사회적 과제에 순응한 소수는 기능적 과제에서는 낮은 순응도를 보였다. 또한, 통제 욕구, 로봇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태도, 협업·경쟁 시나리오 등 변인은 신뢰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상세 분석

이 논문은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분야에서 ‘신뢰’를 정량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기존 연구는 주로 설문지나 인터뷰를 통해 주관적 신뢰 수준을 측정했지만, 본 연구는 실제 의사결정 상황에서 참가자가 로봇의 제안에 ‘순응(conform)’하는 행동을 객관적 지표로 활용하였다. 두 가지 불확실성 차원을 설정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첫째, 지각적 불확실성(예: 두 물체의 무게 비교)에서는 인간의 감각적 한계가 작용해 로봇의 정량적 정보가 설득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사회·인지적 불확실성(예: 특정 상황에 가장 적합한 물건 선택)에서는 인간의 가치 판단과 문화적 배경이 개입해 로봇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실험 결과는 기능적 과제에서 순응도가 현저히 높았으며, 이는 인간이 로봇의 ‘전문성’에 더 쉽게 신뢰를 부여한다는 기존 가설을 뒷받침한다. 반대로 사회적 과제에서는 전반적으로 낮은 순응도를 보였으며, 사회적 상황에서 로봇의 판단을 인간이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과제 간 순응 패턴이 상반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과제에 순응한 소수의 참가자는 기능적 과제에서는 오히려 낮은 순응을 보였는데, 이는 ‘신뢰의 영역화’를 의미한다. 즉, 로봇의 사회적 능력에 신뢰를 보이는 사람은 로봇의 기능적 정확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연구자는 세 가지 조절 변인—통제 욕구(desire for control), 로봇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태도(attitude towards social influence of robots), 그리고 협업·경쟁 시나리오(type of interaction scenario)—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통계 분석 결과, 이들 변인은 모두 비유의미(p > .05)했으며, 이는 신뢰 형성에 있어 상황적·개인적 요인보다 과제 자체의 특성이 더 결정적임을 암시한다. 특히, ‘통제 욕구’가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기술에 대한 회피 경향을 보이지만, 본 실험에서는 로봇의 제안에 대한 순응도와 연관성이 없었다. 이는 HRI 설계 시 사용자 맞춤형 인터페이스보다 과제 설계 자체가 신뢰를 촉진하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실험은 2(과제 유형: 기능 vs. 사회) × 2(시나리오: 협업 vs. 경쟁) × 연속형 변수(통제 욕구, 사회적 영향 태도) 설계로 진행되었으며, 순응률을 종속 변수로 삼았다. 데이터는 일반화 선형 모델(GLM)과 다변량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했으며, 효과 크기와 신뢰 구간을 보고함으로써 결과의 견고성을 확보했다. 다만, 샘플 규모가 56명으로 제한적이며, iCub이라는 특정 로봇에 국한된 점은 일반화에 제약을 만든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로봇 플랫폼과 문화적 배경을 포함한 다국적 샘플을 활용해 신뢰 메커니즘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신뢰’를 행동 기반(conformity) 지표로 측정함으로써 HRI 연구에 새로운 실증적 방법론을 제공한다. 기능적 과제에서의 높은 신뢰는 로봇이 정확한 센서 데이터와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할 때 인간 사용자가 쉽게 수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사회적 과제에서는 인간의 가치 판단과 맥락 이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로봇의 제안이 저항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로봇 설계자가 기능적 성능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는 투명성, 설명 가능성, 그리고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조하는 형태의 설계를 추구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