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인간 존재의 시간
초록
이 논문은 인간이 경험하는 ‘내적 시간’과 물리학이 기술하는 ‘외적 시간’의 차이를 조명한다. 내적 시간은 미래지향적이며 ‘지금’이라는 특수한 순간을 갖지만, 외적 시간은 물리적 연산을 통해 공간과 유사하게 전개되며 근본적인 개념으로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양자역학과 열역학에서 내적 시간이 어떻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논의한다.
상세 분석
논문은 먼저 인간 의식이 경험하는 내적 시간(inner time)의 두 가지 핵심 특성을 정의한다. 첫째는 ‘미래 지향성’이다. 인간은 현재 순간을 기준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하고 계획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본질적으로 앞으로 흐른다. 둘째는 ‘지금(now)’이라는 구분된 순간의 존재이다. 현상학적 전통에 따르면 ‘지금’은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성되는 고유한 질을 가진다. 이러한 내적 시간은 뇌의 신경동역학, 특히 시냅스 가소성과 신경망의 리듬에 의해 물리적으로 구현된다.
반면 외적 시간(external time)은 물리학, 특히 고전역학,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사용되는 시간 개념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절대적인 시계가 존재하고,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시공간 구조가 제시된다. 이때 시간은 좌표계에 따라 변환될 수 있는 매개변수일 뿐, ‘지금’이라는 구분된 순간을 내포하지 않는다. 더욱이 양자중력 이론을 향한 시도들—예를 들어 루프 양자중력이나 문자열 이론—에서는 시간 자체가 사라지거나 ‘시간 없는’ 상태로 기술될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는 물리학이 근본적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공간과 동등하게 다루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 시간은 양자역학과 열역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양자역학에서 측정 과정은 파동함수 붕괴라는 비가역적 사건을 포함한다. 이 붕괴는 관측자에게는 ‘지금’이라는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식된다. 또한, 양자 얽힘과 디코히런스 과정은 시간의 비대칭성을 내포한다; 시스템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상호 정보가 손실되는 방향은 명확히 미래로 향한다. 열역학에서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 시간의 화살을 정의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은 인간이 경험하는 ‘지금’에서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 내적 시간이 물리학의 수식적 구조와는 별개의, 그러나 상호 보완적인 차원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물리학이 시간의 연속적 흐름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더라도, 인간 존재와 의식은 ‘지금’이라는 순간적 구분과 미래지향적 기대를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인식론적·존재론적 함의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내적 시간의 존재를 무시하고 물리학적 시간만을 절대화할 경우,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특성을 놓치게 된다는 경고를 제시한다. 따라서 미래의 물리 이론은 내적 시간의 현상학적 특성을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