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롤로 궁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의 중세 천문학
초록
이 논문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바롤로 궁전이 단순한 건축물에 그치지 않고, 단테의 『신곡』 세계관과 중세 천문학을 물리적 형태로 구현한 문화유산임을 밝힌다. 건축주 루이스·바롤로와 설계가 마리오·팔란티가 20세기 초에 구상한 이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 안에 지옥·연옥·천국의 3단계와 천구·지구·천구의 천문학적 좌표를 상징적으로 배치하였다.
상세 분석
바롤로 궁전은 외관·내부 구조 모두가 단테의 우주관을 물리적 형태로 전환한 사례다. 건물은 총 22층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신곡』의 3부(지옥, 연옥, 천국)와 각각 9·9·4개의 구역(지옥·연옥·천국의 원·구역)이라는 수적 대응을 보여준다. 특히 14층부터 22층까지는 ‘천국’에 해당하며, 각 층마다 별자리와 천구의 위도·경도 개념을 반영한 장식이 배치돼 있다. 예를 들어, 17층은 ‘천구의 제1구’를 의미하며, 천정에 새겨진 별자리 모양은 고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구 구분을 연상시킨다.
건축 재료인 철근콘크리트는 당시 혁신적인 기술이었으며, 이는 단테가 중세 교회와 고대 과학을 통합한 ‘보편적 지식’의 상징과 일맥상통한다. 바롤로와 팔란티는 건물의 기초를 남반구의 적도와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는 ‘천구의 적도’와 ‘지구의 적도’를 겹치게 함으로써 인간이 우주와 연결되는 메타포를 구현한다는 의도다. 실제로 건물 정면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는 ‘In principio erat verbum’(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로, 성경·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또한, 건물 내부에 설치된 12개의 계단은 ‘천국의 12성좌’를 상징한다. 각 계단마다 다른 색상의 타일과 별 모양의 조명이 배치돼 있어, 방문자는 물리적 상승을 통해 영적 상승을 체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설계는 ‘상승’이라는 물리적 행위가 ‘구원’이라는 영적 의미와 동등하게 작용하도록 만든다.
건축학적 관점에서 보면, 바롤로 궁전은 ‘수직적 서사 구조’를 채택했다. 바닥면적이 점차 감소하면서 상부로 갈수록 가벼워지는 형태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피라미드형’ 구조와 유사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한 무게 분산이 아니라 ‘천국으로의 진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다. 또한, 건물 외벽에 새겨진 별자리와 천문학적 좌표는 당시 남미에서는 드물었던 ‘천문학적 건축’ 사례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천구 지도 역할을 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바롤로 궁전은 단순히 단테를 기념한 건축물이 아니라, 중세 천문학·신학·철학을 현대 재료와 설계 기법으로 재현한 복합 문화유산이다. 이는 도시 공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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