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복잡성의 시간적 차원과 엔트로피
초록
본 논문은 서양 고전 음악을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악보를 피치 변동 시계열로 변환한 뒤, 동역학 시스템 이론을 적용해 전역적 시간 흐름을 나타내는 차원(dimensionality)과 국부적 변동성을 나타내는 샤논 엔트로피(Shannon entropy)를 계산한다. 결과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복잡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며, 예술이 갖는 ‘분수적’ 특성이 보다 보편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세 분석
이 연구는 알고리즘적 복잡도(Chaitin·Kolmogorov) 개념을 음악 데이터에 직접 적용하기보다는, 음악을 연속적인 피치 시계열로 모델링한 뒤 동역학 시스템의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먼저, 각 악곡을 MIDI 혹은 악보 파싱을 통해 시간 순서대로 피치 값을 추출하고, 이를 1차원 신호로 만든다. 이 신호에 대해 위상 재구성(embedding) 기법을 적용해 재구성 차원을 결정하고, 상관 차원(correlation dimension) 혹은 상자 차원(box-counting dimension) 등을 계산한다. 차원값은 신호가 차지하는 위상 공간의 복잡성을 정량화하며, 높은 차원은 다중 주기성, 비선형 상호작용, 혹은 급격한 변조가 많이 포함된 구조를 의미한다.
동시에, 인접 피치 간의 확률 분포를 기반으로 샤논 엔트로피를 구한다. 여기서 엔트로피는 ‘국부적’ 불확실성을 측정한다. 즉, 짧은 시간 구간 내에서 음 높이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를 나타낸다. 두 지표를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저자는 전역적(구조적) 복잡도와 국부적(표현적) 복잡도를 구분하고, 각각이 음악 사조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탐색한다.
실험 결과는 18세기 바로크에서 20세기 현대음악에 이르는 30여 개 대표곡을 대상으로 차원과 엔트로피를 산출했을 때, 차원값은 평균적으로 1.22.1 사이에 머물며, 시대별 평균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엔트로피 역시 0.81.4 비트/노트 범위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복잡성 증가’라는 일반적인 가설이 음악사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예술의 분수적 성질(fractional nature)’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즉, 음악은 완전한 무작위(높은 엔트로피, 높은 차원)와 완전한 규칙성(낮은 엔트로피, 낮은 차원)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이 중간 지점은 문화적, 심리적, 인지적 제약에 의해 지속적으로 조정된다. 따라서 복잡성 자체가 진화의 지표라기보다, 인간이 선호하는 ‘적당한 불확실성’의 수준을 반영하는 메트릭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논문은 기존 음악학 연구에서 주로 사용되던 형식 분석, 조성 이론, 혹은 감성 평가와는 달리, 정량적 동역학 지표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다만, 피치 외에 리듬, 다성부 상호작용, 음색 등 다차원적 요소를 배제한 점, 그리고 샘플 크기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향후 연구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댓글 및 학술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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